Chapter 12

대칭의 대수

"대칭"은 보통 미술 시간의 단어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공장에서는 이것이 계산의 단어가 됩니다. 실리콘 결정은 어느 방향으로 돌리면 똑같아 보이고 어느 방향으로 돌리면 달라지는지에 따라 깎이는 속도, 쪼개지는 방향, 전자가 달리는 속도까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장은 대칭을 "모양을 그대로 두는 조작들의 모임"으로 보고, 그 조작들을 곱하고 되돌리는 규칙, 곧 군(Group)을 손으로 만지며 익힙니다.

이 수식이 없었다면실리콘 웨이퍼의 V홈과 역피라미드 구멍

실리콘 웨이퍼 가장자리에는 잘라 낸 직선(플랫)이나 작은 홈(노치)이 있습니다. 결정의 방향을 표시하는 눈금입니다. 이 방향이 중요한 이유는 수산화칼륨(KOH) 용액 때문입니다. KOH는 실리콘의 (100) 면은 빠르게 녹이지만 (111) 면은 수십~수백 배 느리게 녹입니다. 그래서 (100) 웨이퍼에 사각 구멍을 열고 담가 두면 저절로 54.74° 경사의 역피라미드가 파이고, 긴 띠 모양 구멍은 단면이 정확한 V자인 홈이 됩니다. 광섬유를 µm 정밀도로 줄 세우는 V홈, 압력 센서의 얇은 막, 태양전지 표면의 피라미드 텍스처가 모두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54.74°는 측정해서 맞춘 값이 아닙니다. 결정이 가진 대칭에서 바로 계산되는 값입니다. 어떤 방향과 어떤 방향이 "같은지", 서로 같은 방향이 몇 개인지 정확히 세는 언어가 군론입니다.

웨이퍼 이방성 식각→방향마다 다른 결정→군: 대칭의 대수→54.74°를 설계로 예측

대칭은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조작'이다

둥근 웨이퍼의 방향을 어떻게 알까

웨이퍼는 둥글지만 그 안의 결정은 둥글지 않습니다. (100) 웨이퍼를 위에서 보면 원자 배열은 90°마다 똑같아집니다. 둥근 원판은 아무리 돌려도 같아 보이고 결정은 90°마다만 같아 보이니, 웨이퍼만 봐서는 결정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가장자리를 깎아(플랫·노치) 대칭을 깨뜨립니다. 그러려면 먼저 "결정을 어떻게 돌리거나 뒤집어야 똑같아 보이는가"를 정확히 셀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경우부터 봅시다. 바닥에 정사각형 모양의 홈이 있고 정사각형 판이 그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판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홈에 끼워 넣는 방법은 몇 가지일까요? 90°씩 돌려서 넣는 방법이 4가지(0°, 90°, 180°, 270°), 뒤집어서 넣는 방법이 4가지(세로축, 가로축, 두 대각선)이므로 모두 8가지입니다. 홈만 보면 8가지 모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꼭짓점에 1~4 번호를 써 두면 서로 구별됩니다.

여기서 생각의 방향을 바꿉니다. 대칭을 모양이 가진 '성질'로 보지 말고, 모양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조작(Operation)으로 봅니다. 조작은 연달아 할 수 있습니다. 90° 돌리고 또 90° 돌리면 180° 회전이라는 다른 조작이 됩니다. 조작을 연달아 하는 것을 조작의 "곱셈"으로 보면, 대칭은 곱셈표를 가진 대수가 됩니다. 이 장의 제목이 '대칭의 대수'인 이유입니다.

1234 거울축 4개(점선) + 4회 회전 중심(■) (100) 결정 90°마다 같음 플랫 = 일부러 깬 대칭 노치 200·300 mm
그림 12-1. 왼쪽: 정사각형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조작은 회전 4개와 뒤집기 4개, 합쳐서 8개다. 오른쪽: (100) 웨이퍼의 결정은 90° 회전에 대해 대칭이라 둥근 원판만 봐서는 방향을 알 수 없다. 그래서 가장자리에 플랫(작은 웨이퍼)이나 노치(200 mm 이상)를 만들어 대칭을 일부러 깬다. (100) 웨이퍼의 주 플랫은 보통 <110> 방향을 따라 깎는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r(반시계 90° 회전)와 s(세로축 기준 뒤집기)를 눌러 정사각형을 움직여 보세요. 누른 순서는 다르더라도 꼭짓점 배치가 같으면 같은 원소입니다. 예를 들어 r r r r는 아무것도 안 한 것(e)과 같고, s s도 e입니다. 버튼을 아무리 길게 눌러도 결과는 8개 중 하나로 정리되고, 그 8개끼리의 곱셈 결과가 오른쪽 아래 표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SIMULATOR

정사각형의 대칭 8개와 케일리 표

조작 (누른 순서대로 실행)
기록
(아직 없음)
순서 바꿔 보기
지금 상태 = 원소e
기하학적 의미항등
누른 횟수0
만나 본 원소1 / 8
표 읽는 법: 행의 원소를 먼저 하고 열의 원소를 나중에 한 결과. 파란 칸은 회전, 주황 칸은 뒤집기. 표의 칸을 누르면 처음부터 그 두 조작을 차례로 보여 준다. 해볼 것: ① r 다음 s와 s 다음 r을 차례로 눌러 서로 다른 대각선으로 뒤집히는 것을 확인. ② 아무렇게나 15번 눌러 본 뒤 기록이 8개 중 어느 원소로 정리됐는지 보기. ③ 표의 모든 행과 열에 8개 원소가 정확히 한 번씩 나오는지 확인(왜 그런지는 다음 절). 모델: 정사각형은 평면 안에서만 움직이고(뒤집기는 거울 반사로 본다), 축 s는 판이 아니라 공간에 고정되어 있다.

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각선에 대해 대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r 다음 s는 ↗ 대각선 뒤집기인데 s 다음 r은 ↖ 대각선 뒤집기입니다. 곱하는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는 대수, 즉 비가환(Non-commutative) 대수입니다. 3장에서 행렬 곱 \(AB \ne BA\)를 본 적이 있다면 놀랄 일은 아닙니다. 평면의 회전과 반사는 모두 2×2 직교 행렬이고, 연달아 하기는 행렬 곱이기 때문입니다.

$$r = \begin{bmatrix}0&-1\\1&0\end{bmatrix},\quad s = \begin{bmatrix}-1&0\\0&1\end{bmatrix},\qquad r^4 = s^2 = e,\quad s\,r\,s = r^{-1}$$
이 세 관계식만 있으면 8개 원소와 곱셈표 전체가 정해진다. 이 군을 이면체군 \(D_4\)(Dihedral group, 문헌에 따라 \(D_8\))라 부른다. 정 n각형의 대칭군 \(D_n\)은 원소가 \(2n\)개다.
곱하는 순서의 관례 이 장에서는 "왼쪽부터 순서대로 실행"으로 읽는다. rs = r을 먼저, s를 나중에. 루빅스 큐브 기호도 이렇게 읽는다. 함수 합성 \((f\circ g)(x) = f(g(x))\)를 쓰는 수학 교과서는 반대로 오른쪽부터 읽으므로 같은 기호가 다른 원소를 가리킬 수 있다. 행렬로 쓰면 "a 다음 b"는 \(B A\)다. 식 \(srs = r^{-1}\)는 좌우가 대칭인 단어라서 어느 관례로 읽어도 맞다.

군: 되돌릴 수 있는 조작들의 규칙

곱셈표가 왜 스도쿠처럼 생겼나

앞의 케일리 표에서 모든 행과 열에는 8개 원소가 정확히 한 번씩 나옵니다(라틴 방진). 우연일까요? 정육면체, 결정, 루빅스 큐브, 부호어처럼 모양이 전혀 다른 대상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요? 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공통 규칙만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대칭 조작들이 공통으로 가진 성질은 네 가지뿐입니다. 이 네 가지를 만족하는 모임이면 무엇이든 군(Group)이라 부르고, 그 대상이 정사각형이든 결정이든 큐브든 같은 정리를 쓸 수 있습니다.

공리수학적 표현조작의 언어정사각형에서
닫힘\(a, b \in G \Rightarrow ab \in G\)대칭 조작 두 개를 연달아 해도 대칭 조작이다버튼을 몇 번 눌러도 8개 중 하나
결합\((ab)c = a(bc)\)세 조작을 할 때 묶는 방법은 상관없다(순서는 상관있다)행렬 곱의 결합법칙
항등\(ea = ae = a\)"아무것도 안 하기"도 조작이다e = 0° 회전
역원\(a a^{-1} = a^{-1} a = e\)모든 조작은 되돌릴 수 있다\(r^{-1} = r^3\), \(s^{-1} = s\)

라틴 방진은 역원에서 바로 나옵니다. 어떤 행 \(g\)에서 두 칸이 같다면 \(gh_1 = gh_2\)인데, 양쪽 앞에 \(g^{-1}\)을 곱하면 \(h_1 = h_2\)가 됩니다. 그러니 한 행에 같은 원소가 두 번 나올 수 없고, 칸이 8개이니 8개 원소가 한 번씩 나옵니다. 되돌릴 수 있는 조작이라면 같은 결과로 가는 길이 둘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공학적으로 말하면 군의 원소를 곱하는 것은 정보를 잃지 않는 변환입니다.

그림 12-2. \(D_4\)의 8개 원소를 꼭짓점 번호 배치로 그렸다. 윗줄은 회전(방향 보존, 행렬식 +1), 아랫줄은 뒤집기(방향 반전, 행렬식 −1). 안쪽의 깃발 모양을 보면 아랫줄은 모두 거울상이다. 회전끼리 곱하면 회전이고 뒤집기 두 번은 회전이다. 행렬식의 부호가 곱해지기 때문이다.

군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이 책의 다른 장에서 이미 여러 번 나왔습니다.

군원소연산나오는 곳
\(\mathbb{Z}\)정수덧셈 (항등 0, 역원 −n)격자 위의 평행이동
\(\mathbb{Z}_n\)0 … n−1mod n 덧셈시계, 위상 누산기, 순환 버퍼
단위원 \(U(1)\)\(e^{i\theta}\)복소수 곱 = 회전2장 페이저
\(GL(n)\)가역 행렬행렬 곱3장 선형 변환
\((\mathbb{Z}_2)^n\)n비트 문자열XOR8장 선형 부호의 부호어
\(S_n\)n개의 순서 바꾸기(치환)연달아 섞기15 퍼즐, 큐브(다음 절)

군이 쓸모 있는 이유는 공리 네 개만으로도 강력한 세는 법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자주 쓰는 것이 궤도–안정자 정리입니다. 정사각형의 꼭짓점 1은 대칭 조작으로 네 꼭짓점 어디로든 갈 수 있고(궤도 크기 4), 꼭짓점 1을 제자리에 두는 조작은 항등과 그 꼭짓점을 지나는 대각선 뒤집기 2개뿐입니다(안정자 크기 2).

$$|G| = |\text{궤도}(x)| \times |\text{안정자}(x)| \qquad 8 = 4 \times 2$$
정육면체의 회전 대칭을 세어 보면: 윗면이 6개 면 중 어디로든 갈 수 있고(궤도 6), 윗면을 고정하는 회전은 4개 → \(6\times4 = 24\)개. 뒤집기(거울)까지 넣으면 48개다. 이 48이 7절에서 실리콘 결정의 "같은 방향"을 세는 데 쓰인다. 또 부분군의 크기는 항상 전체 군 크기의 약수다(라그랑주 정리).
역사 한 줄 군이라는 생각은 1830년경 갈루아가 5차 방정식에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쓴 근의 치환에서 시작했다. 공리로 정리된 추상적 정의는 그 뒤 수십 년에 걸쳐 케일리 등이 다듬었다. 그러니 "대칭을 다루는 언어"는 처음부터 치환, 곧 다음 절의 15 퍼즐과 같은 대상에서 나온 셈이다.

불가능한 상태: 15 퍼즐과 치환의 짝홀성

1000달러짜리 문제

4×4 판에 1~15번 타일과 빈칸 하나가 있고, 빈칸 옆 타일을 밀어 순서대로 맞추는 15 퍼즐은 1880년 미국과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퍼즐 작가 샘 로이드는 나중에 자기가 이 퍼즐을 발명했고, 14와 15만 바뀐 상태를 푸는 사람에게 100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실제 발명자는 1870년대의 우체국장 노이스 채프먼으로 알려져 있고 로이드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과장으로 본다). 상금을 받아 간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오래 밀어도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아직 방법을 못 찾은 걸까요?

"몇 시간 해 봤는데 안 된다"는 증명이 아닙니다. 가능한 배치는 \(16! \approx 2.1\times10^{13}\)개라서 컴퓨터로 전부 확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어떤 이동을 해도 변하지 않는 양, 곧 불변량(Invariant)입니다. 시작 상태와 목표 상태의 불변량이 다르면 그 사이에 길은 없습니다.

도구는 치환(Permutation)입니다. 판 위의 배치는 16개 칸에 16개 기호(빈칸 포함)를 늘어놓은 순서 바꾸기이고, 모든 치환은 두 개만 맞바꾸는 호환(Transposition)을 여러 번 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같은 치환을 호환 몇 번으로 만들든 그 횟수의 홀짝은 항상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치환마다 부호 \(\operatorname{sgn}\sigma = \pm1\)이 정해집니다(뒤바뀐 쌍의 개수, 즉 반전 수의 홀짝과 같다).

그림 12-3. 왼쪽: 로이드의 14–15 상태. 가운데: 타일 하나를 미는 것은 그 타일과 빈칸의 호환이다. 오른쪽: 판을 체스판처럼 칠하면 한 번 밀 때마다 빈칸이 반대 색 칸으로 간다. 그래서 치환의 홀짝과 빈칸 위치의 홀짝이 항상 같이 바뀐다.
$$I = \operatorname{sgn}(\sigma)\cdot(-1)^{d},\qquad \text{한 번 밀 때마다 } \operatorname{sgn}\to-\operatorname{sgn},\ (-1)^d\to-(-1)^d \ \Rightarrow\ I \text{ 불변}$$
\(\sigma\): 빈칸을 16번 타일로 본 16개 기호의 치환. \(d\): 빈칸과 오른쪽 아래 구석 사이의 맨해튼 거리. 완성 상태는 \(I=+1\)이다. 14와 15만 바꾸면 호환 하나이므로 \(\operatorname{sgn}=-1\), 빈칸은 제자리라 \(d=0\), 따라서 \(I=-1\). 어떤 순서로 밀어도 완성 상태에 갈 수 없다.
SIMULATOR

15 퍼즐과 패리티 계기판

합법적인 이동
반칙 (타일을 뽑아 바꿔 끼우기)
빈칸과 같은 줄의 타일을 누르면 그 사이 타일이 한꺼번에 밀린다(각각 한 번으로 센다).
이동 수0
반전 수 (1–15)0
sgn σ · (−1)d+1 · +1
불변량 I+1
완성 상태. 불변량 I = +1.
해볼 것: ① 무작위로 여러 번 섞으며 sgn과 (−1)d가 매번 같이 뒤집혀 I가 +1로 남는지 확인. ② 완성 상태에서 14 ↔ 15를 누르면 I = −1. 이제 어떻게 밀어도 I는 −1이라 완성은 불가능하다. ③ 반칙을 한 번 더(1 ↔ 2) 하면 다시 I = +1이 되어 풀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온다. 모델: 판 위 배치 = 16개 기호의 치환. 반전 수는 빈칸을 뺀 1–15의 읽기 순서로 셌다.

1879년 존슨과 스토리는 American Journal of Mathematics에 이 불변량으로 정확히 절반의 배치(\(16!/2 \approx 1.05\times10^{13}\)개)는 도달할 수 없고, 나머지 절반은 모두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짝치환들은 그 자체로 군(교대군 \(A_{16}\))을 이루고, 판의 상태 공간은 두 덩어리로 정확히 나뉩니다.

엔지니어의 눈으로 "불변량으로 불가능을 증명한다"는 이 퍼즐만의 요령이 아니다. 상태 기계가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상태를 검증할 때, 보존 법칙으로 어떤 반응이 일어날 수 없음을 보일 때, 패리티 비트로 비트 하나가 뒤집힌 것을 잡을 때(8장) 모두 같은 논리를 쓴다. 9절의 뇌터 정리는 이 생각을 물리 법칙 전체로 넓힌다.

루빅스 큐브: 4.3×1019과 교환자

한 조각만 바꾸고 싶다

큐브의 한 면을 돌리면 조각 20개 중 8개가 한꺼번에 움직입니다. 거의 다 맞춘 큐브에서 모서리 조각 세 개만 자리를 바꾸고 싶다면, 나머지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동작을 어떻게 찾을까요? 공장의 정렬 장비나 로봇 팔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한 축을 움직이면 여러 곳이 같이 변하는데, 한 곳만 조금 고치고 싶을 때입니다.

먼저 크기를 봅시다. 1974년 루비크 에르뇌가 만든 3×3×3 큐브를 분해해 아무렇게나 다시 조립하면 \(8!\cdot3^8\cdot12!\cdot2^{12} \approx 5.19\times10^{20}\)가지가 나옵니다(꼭짓점 조각 8개의 배치와 비틀림, 모서리 조각 12개의 배치와 뒤집힘). 그런데 면 돌리기만으로 갈 수 있는 상태는 그중 정확히 1/12입니다. 15 퍼즐과 같은 이유로 생기는 불변량이 세 개 있기 때문입니다.

$$|G_{\text{큐브}}| = \frac{8!\cdot3^8\cdot12!\cdot2^{12}}{3\cdot2\cdot2} = 43{,}252{,}003{,}274{,}489{,}856{,}000 \approx 4.3\times10^{19}$$
÷3: 꼭짓점 비틀림의 합은 항상 0 (mod 3). ÷2: 모서리 뒤집힘의 합은 항상 짝수. ÷2: 꼭짓점 치환과 모서리 치환의 홀짝이 항상 같다(면 하나를 돌리면 꼭짓점 4-순환과 모서리 4-순환이 동시에 생기고, 4-순환은 둘 다 홀치환). 2010년 컴퓨터 탐색으로 어떤 상태든 20수(반 바퀴 돌리기도 한 수로 셈) 안에 풀린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큐브를 푸는 사람들의 핵심 도구가 교환자(Commutator)입니다.

$$[A, B] = A\,B\,A^{-1}B^{-1}$$
A를 하고, B를 하고, A를 되돌리고, B를 되돌린다. A와 B가 가환이면(\(AB=BA\)) 결과는 \(e\), 아무 일도 없다. 그러니 \([A,B]\)는 A와 B가 얼마나 서로 간섭하는지만 남기는 조작이다. A와 B가 건드리는 조각이 거의 겹치지 않으면 결과도 겹치는 곳 근처만 조금 바꾼다.

아래 5×5 판에서 A는 가운데 가로줄을 오른쪽으로 한 칸 순환시키고, B는 가운데 세로줄을 아래로 한 칸 순환시킵니다. 둘 다 5개 타일을 움직이지만, 교환자 \([A,B]\)는 단 3개만 돌립니다. 두 순환이 한 칸에서만 겹치기 때문입니다.

SIMULATOR

교환자 [A, B]는 조금만 바꾼다

B가 움직이는 줄
조작
기록
(아직 없음)
제자리가 아닌 타일0
현재 치환(순환 표기)e
치환의 홀짝짝
해볼 것: ① [A,B]를 한 번 실행하면 테두리가 굵은(제자리가 아닌) 타일이 정확히 3개인 3-순환이 남는다. 세 번 하면 다시 제자리(3-순환의 차수는 3). ② B를 맨 윗줄로 바꾸면 A와 B가 가환이 되어 [A,B] = e. ③ 켤레 A[A,B]A⁻¹는 같은 3-순환을 다른 위치로 옮긴다. 큐브 풀이의 "셋업 동작"이 바로 이것이다. 모델: 5-순환 두 개가 한 원소를 공유하면 교환자는 3-순환이 된다. 큐브 공식도 같은 구조다.

A와 B는 각각 5-순환(짝치환)이므로 교환자도 짝치환입니다. 짝치환 중 가장 작은 변화가 3-순환이고, 실제로 그것이 나왔습니다. 큐브 풀이 공식 대부분은 "A로 목표 조각을 한 층에 모으고, B로 그 층만 돌리고, A와 B를 되돌린다"는 교환자이고, 원하는 위치로 옮기는 것은 켤레 \(XYX^{-1}\)입니다.

교환자는 비가환성의 크기 행렬에서는 \(AB-BA\)를 교환자라 부르고, 이것이 0이 아니면 두 변환의 순서가 중요하다. 양자역학의 \([x, p] = i\hbar\)(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히 잴 수 없다)와 로봇 공학에서 "앞으로–돌기–뒤로–되돌기"로 옆으로 움직이는 평행 주차 동작도 같은 구조다. 작은 조작 두 개의 교환자는 두 조작 어느 쪽에도 없던 새로운 방향의 움직임을 만든다.

벽지 무늬는 17종뿐이다

반복 무늬는 몇 종류인가

타일 바닥, 직물, 웨이퍼 위의 다이 배치, 디스플레이의 서브픽셀 배열, 이미지 센서의 컬러 필터처럼 평면에서 반복되는 무늬는 끝없이 다양해 보입니다. 하지만 무늬 모양이 아니라 대칭 구조만 보면 서로 다른 것은 몇 가지뿐일까요? 무한히 많다면 분류는 포기해야 하고, 유한하다면 그 목록이 설계의 선택지 전체가 됩니다.

평면에서 거리를 보존하는 변환은 네 종류뿐입니다. 평행이동, 회전, 거울 반사, 그리고 반사한 뒤 그 축을 따라 미는 미끄럼 반사(Glide reflection)입니다. 모래 위 발자국이 왼발, 오른발 번갈아 찍히는 것이 미끄럼 반사입니다. 반복 무늬의 대칭군은 두 방향 평행이동(격자)에 이 변환들을 섞은 것이고, 섞을 수 있는 방법이 정확히 17가지라는 것이 벽지군(Wallpaper groups)의 분류입니다. 1891년 페도로프가 처음 증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1924년 폴리아가 다시 정리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기호격자최대 회전거울미끄럼기호격자최대 회전거울미끄럼
p1평행사변형1––p4정사각4––
p2평행사변형2––p4m정사각4○○
pm직사각1○–p4g정사각4○○
pg직사각1–○p3육각3––
cm마름모(중심)1○○p3m1육각3○○
pmm직사각2○–p31m육각3○○
pmg직사각2○○p6육각6––
pgg직사각2–○p6m육각6○○
cmm마름모(중심)2○○p = 기본 격자, c = 중심 격자, m = 거울, g = 미끄럼. 숫자 = 최대 회전 차수.

아래 판에 아무 획이나 그려 보세요. 획 하나가 선택한 군의 모든 원소로 복사되어 평면 전체를 채웁니다. 대칭 요소 표시를 켜면 회전 중심(◆ 2회, ▲ 3회, ■ 4회, ⬢ 6회), 거울선(실선), 미끄럼 반사축(점선)이 나타납니다. 이 표시들은 미리 그려 둔 그림이 아니라, 군의 원소를 하나하나 분석해서 계산한 것입니다.

SIMULATOR

17가지 벽지군 그리기판

◆▲■⬢ 2·3·4·6회 회전 중심━ 거울선┅ 미끄럼 반사축파랑 원본과 같은 방향 / 주황 거울상
격자—
최대 회전 차수—
거울 / 미끄럼—
점군 크기—
해볼 것: ① pm과 pg에서 같은 획을 그려 거울과 "발자국" 미끄럼의 차이를 비교. ② p3m1과 p31m을 번갈아 보며 3회 중심(▲)이 모두 거울 위에 있는지, 일부는 거울 밖에 있는지 확인. ③ p4m에서 모티프를 한 칸(직각이등변삼각형 1/8 영역) 안에만 그려 보면 바둑판·타일 바닥이 된다. 모델: 각 군의 원소는 국제 결정학 표(ITA)의 표준 일반 위치를 따랐고, 대칭 요소는 원소마다 고정점·축을 계산해 그렸다. 점군 크기는 기본 격자 기준 원소 수(c 격자는 2로 나눔).
알함브라 궁전과 17종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타일에 17종이 모두 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어떤 무늬를 어느 군으로 볼지(색을 따질지, 작은 결함을 무시할지)에 따라 판정이 달라서, 몇 종이 확인되는지는 연구자마다 의견이 갈린다. 확실한 것은 이슬람 장식 미술이 수학적 분류보다 수백 년 앞서 많은 군을 실제로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장식 무늬와 대칭의 미술적 측면은 집필 예정인 ArtBook에서 다룬다.

3차원 결정에서도 같은 분류를 할 수 있습니다. 공간을 채우는 반복 구조의 대칭군인 공간군(Space groups)은 230종이고, 1890년대 초 페도로프와 쇤플리스가 각자 분류를 완성했습니다. 모든 결정 구조 데이터베이스는 결정마다 이 230개 중 하나의 번호를 붙여 둡니다. 실리콘의 다이아몬드 구조는 227번(\(Fd\bar{3}m\))입니다.

5회 대칭 결정은 없다: 결정학적 제약

메뉴에 5가 없다

앞의 17종 목록에서 회전 차수는 1, 2, 3, 4, 6뿐이었습니다. 정오각형이나 정팔각형 모양의 대칭을 가진 반복 무늬는 왜 없을까요? 결정을 설계하거나 분석할 때 "5회 대칭인 결정 구조"를 찾아봐야 할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불가능할까요?

직관부터 봅시다.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은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지만 정오각형은 한 꼭짓점 둘레에 3개를 붙이면 36°가 남고 4개는 겹칩니다. 다만 이것은 "정오각형 타일"이 안 된다는 것일 뿐이고, 진짜 이유는 격자에 있습니다.

반복 무늬에는 격자가 있고, 격자 기저 \(\mathbf{a}, \mathbf{b}\)로 쓰면 모든 대칭 회전은 격자점을 격자점으로 보냅니다. 그러면 그 회전을 격자 기저로 쓴 행렬의 성분은 모두 정수여야 합니다. 행렬의 대각합(trace)은 기저를 바꿔도 변하지 않으므로, 직교 좌표에서 계산한 회전 행렬의 대각합도 정수여야 합니다.

$$\operatorname{tr}\begin{bmatrix}\cos\theta&-\sin\theta\\\sin\theta&\cos\theta\end{bmatrix} = 2\cos\theta \in \{-2,-1,0,1,2\}\ \Rightarrow\ \theta \in \{180°, 120°, 90°, 60°, 360°\}\ \Rightarrow\ n \in \{2, 3, 4, 6, 1\}$$
\(\theta = 2\pi/n\)일 때 \(2\cos 72° = 0.618\cdots\)는 정수가 아니므로 5회 대칭은 불가능하다. 7회 이상도 마찬가지. 3차원에서도 회전 행렬의 대각합은 \(1+2\cos\theta\)라서 결론이 같다. 이것이 결정학적 제약 정리(Crystallographic restriction theorem)다.
PQ Q′P′ 최단 격자 간격 d 0.382 d 72°72° P를 중심으로 Q를 +72° → Q′ Q를 중심으로 P를 −72° → P′ Q′P′ ∥ PQ 이고 둘 다 격자점 |Q′P′| = d·|1 − 2cos θ| = 0.382 d < d → 모순! n = 6이면 Q′ = P′ (길이 0) n = 4이면 길이 d n = 3이면 길이 2d
그림 12-4. 기하학적 증명. 격자점 P, Q가 가장 가까운 두 격자점이고 모든 격자점이 n회 회전 중심이라 하자. 회전으로 만든 Q′, P′도 격자점인데, 그 거리 \(d\,|1-2\cos\theta|\)는 0이거나 d 이상이어야 한다. n = 5에서는 0.382d가 되어 "가장 가까운 두 점"이라는 가정과 모순이다.
SIMULATOR

정다각형 채우기 vs 격자 논증

보기
회전각 2π/n—
대각합 2cos θ—
|1 − 2cos θ|—
격자와 공존?—
해볼 것: ① n = 5에서 한 꼭짓점을 채우면 36° 틈이 남는다. 격자 논증 보기에서는 빨간 선분이 d보다 짧아진다. ② n = 6에서 Q′과 P′이 정확히 겹치는 것 확인. ③ n = 8, 12도 대각합이 정수가 아니라 불가능. 단, 정팔각형과 정사각형을 섞으면 평면이 채워진다. 그 무늬의 대칭은 4회(p4m)다. 모델: 왼쪽 보기는 정n각형을 한 꼭짓점 둘레에 겹치지 않게 최대한 붙인 것. 오른쪽 보기는 그림 12-4의 논증을 n에 따라 다시 그린 것.
준결정: 격자 없는 질서 1982년 셰흐트만은 급랭한 알루미늄–망가니즈 합금의 전자 회절 무늬에서 5회 대칭축을 발견했다(회절 무늬는 늘 중심 대칭이라 사진에서는 10회 대칭으로 보였다. 회절이 결정의 푸리에 변환이라는 점은 5장 참고). 정리를 어긴 것이 아니라 주기적 격자가 없는 새로운 고체였다. 당시에는 강한 반대를 받았지만 결국 "준결정"으로 인정받았고, 셰흐트만은 201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수학 쪽에는 이미 펜로즈가 1970년대에 두 종류의 마름모로 평면을 비주기적으로 채우면서 5회 대칭의 흔적을 보이는 펜로즈 타일링을 만들어 두었다. 2023년에는 타일 한 종류만으로 비주기적 채우기를 강제하는 '모자(hat)' 타일이 발견되었다.

결정 구조와 밀러 지수: 면에 이름 붙이기

"(100) 웨이퍼"는 정확히 무엇인가

공정 레시피와 데이터시트에는 (100), (110), (111), <110> 같은 기호가 끝없이 나옵니다. 결정 안의 무한히 많은 평면 중 어느 것을 가리키는지, 그리고 "(100)과 (010)은 같은 면인가"를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식각 각도를 계산하고 웨이퍼를 어느 방향으로 자를지 정할 수 있습니다.

금속과 반도체에 흔한 결정 격자는 정육면체 단위 세포를 쌓은 입방 격자입니다. 꼭짓점에만 원자가 있으면 단순 입방(SC), 몸 중심에 하나 더 있으면 체심 입방(BCC, 철·텅스텐), 면 중심마다 있으면 면심 입방(FCC, 구리·알루미늄)입니다. 실리콘은 FCC 격자의 각 점에 원자 두 개((0,0,0)과 (¼,¼,¼))를 놓은 다이아몬드 구조(Diamond cubic)입니다. 모든 원자가 이웃 4개와 정사면체 모양으로 결합합니다. 단위 세포 한 변의 길이(격자 상수)는 \(a = 5.431\) Å입니다.

결정면은 밀러 지수(Miller indices) \((hkl)\)로 이름 붙입니다. 평면이 x, y, z축을 자르는 절편을 격자 상수 단위로 구하고(평행이면 ∞), 역수를 취해 가장 작은 정수비로 만듭니다. 절편 (1, ∞, ∞) → (100), (1, 1, ∞) → (110), (1, 1, 1) → (111), 음수는 \((1\bar{1}0)\)처럼 위에 줄을 긋습니다. 입방 격자에서는 \((hkl)\) 면의 법선이 바로 방향 \([hkl]\)이라는 점이 편리합니다.

xyz(100)x=1 면, y·z와 평행 xyz(110)x+y=1, z와 평행 xyz(111)x+y+z=1, 세 축을 1에서 자름
그림 12-5. 단위 정육면체 안의 대표적인 세 면. 웨이퍼 표면으로는 (100)이 가장 흔하고(MOSFET 계면 결함이 적다), (111)은 원자가 가장 빽빽한 면이자 KOH가 가장 느리게 깎는 면이다.

여기서 대칭이 다시 등장합니다. 입방 결정의 대칭군(점군 \(O_h\))은 원소가 48개입니다(정육면체의 회전 24개 × 반전 유무 2). 대칭으로 서로 겹쳐지는 면들은 물리적으로 구별되지 않으므로 중괄호로 묶어 면족 \(\{hkl\}\)이라 부릅니다(방향은 \(\langle hkl\rangle\)). 면족에 면이 몇 개인지는 궤도–안정자 정리로 바로 셉니다.

$$|\{100\}| = \frac{48}{8} = 6,\qquad |\{110\}| = \frac{48}{4} = 12,\qquad |\{111\}| = \frac{48}{6} = 8$$
분모는 그 면의 법선 방향을 고정하는 대칭 조작 수(안정자). [100] 축은 4회 회전축이라 안정자가 크고, [111] 축은 3회 회전축이다. 정육면체의 면 6개, 모서리 방향 12개, 꼭짓점 방향 8개와 정확히 같다.
$$d_{hkl} = \frac{a}{\sqrt{h^2+k^2+l^2}},\qquad \cos\varphi = \frac{h_1h_2+k_1k_2+l_1l_2}{\sqrt{h_1^2+k_1^2+l_1^2}\,\sqrt{h_2^2+k_2^2+l_2^2}}$$
\(d_{hkl}\): 같은 지수를 가진 이웃 평행 격자면 사이 거리(입방 격자). \(\varphi\): 두 면 사이 각 = 두 법선 벡터 사이 각(벡터 내적). 실리콘에서 \(d_{111} = 5.431/\sqrt3 = 3.136\) Å.
SIMULATOR

밀러 지수 평면 단면 (드래그로 회전)

자주 쓰는 면
면 (hkl)—
면간 거리 d (Si)—
(100)과의 각—
면 위 원자—
해볼 것: ① (111)을 고르고 (100)과의 각이 54.74°인지 확인. 다음 절 V홈의 각도다. ② 다이아몬드 구조에서 (111) 면에 놓이는 원자를 보고 회전시켜 정삼각형 그물(3회 대칭)인지 확인. ③ (200)과 (100)은 같은 방향의 면이지만 "평행 격자면 모두"를 켜면 간격이 절반이다. 모델: 정사영(원근 없음). 평면은 hx+ky+lz = n(격자 상수 단위)이고, 기본 평면은 절편이 1/h, 1/k, 1/l이 되도록 원점을 잡았다. 면간 거리는 단순 입방 격자 공식 a/√(h²+k²+l²), a = 5.431 Å. 면 위 원자는 그린 평면들 위의 원자 수.

54.74°: 실리콘이 스스로 정하는 각도

광섬유를 웨이퍼 위에 줄 세우기

지름 125 µm 광섬유 여러 가닥을 1 µm 오차 안에서 나란히 놓아 광 칩과 맞대야 합니다. 기계로 홈을 파면 이 정밀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리콘을 KOH에 담그면 홈의 옆면이 결정면 하나에 딱 맞춰 멈추고, 그 각도는 원자 배열이 정합니다. 그렇다면 홈 깊이와 광섬유가 놓일 높이를 마스크 폭 하나로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KOH나 TMAH 같은 알칼리 식각액은 실리콘을 결정 방향에 따라 매우 다른 속도로 녹입니다. 대략 \(R_{110} \gtrsim R_{100} \gg R_{111}\)이고, {111}은 (100)보다 수십~수백 배 느립니다(농도·온도·첨가제에 따라 다름). 흔히 드는 설명은 {111} 면의 표면 원자가 결정 안쪽으로 결합 3개를 가지고 있어 떼어 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결과는 기하학으로 정해집니다. 식각이 진행되면 빨리 녹는 면은 사라지고 가장 느린 면들만 남아 구멍의 벽이 됩니다.

(100) 웨이퍼에서 표면과 만나는 {111} 면은 네 개이고(\((111), (\bar1\bar11), (1\bar11), (\bar111)\)), 표면과 만나는 선은 모두 <110> 방향입니다. 그래서 마스크 가장자리를 웨이퍼 플랫(<110>)에 나란히 맞춰야 합니다. 벽의 경사각은 7절의 공식에 넣으면 바로 나옵니다.

$$\cos\varphi = \frac{(1,0,0)\cdot(1,1,1)}{1\cdot\sqrt3} = \frac{1}{\sqrt3}\ \Rightarrow\ \varphi = \arccos\frac{1}{\sqrt3} = 54.7356\ldots° \approx 54.74°,\qquad \tan\varphi = \sqrt2$$
\(\tan\varphi = \sqrt{2}\)이므로, 폭 \(W\)인 띠 모양 구멍은 깊이 \(D = \tfrac{W}{2}\tan\varphi = W/\sqrt2 \approx 0.707\,W\)에서 두 벽이 만나 V홈이 되고 식각이 저절로 멈춘다(자기 정지). 정사각 구멍은 네 벽이 만나 역피라미드가 된다.
54.74° W D = W/√2 마스크 (SiN) Si (100) 웨이퍼 {111} 윗면도: 역피라미드, 벽 4개 = {111} <110>
그림 12-6. 왼쪽: <110>에 맞춘 띠 모양 구멍의 단면. 옆벽은 {111}면이고 표면과 54.74°를 이룬다. 두 벽이 만나면 식각이 거의 멈춘다. 오른쪽: 정사각 구멍은 네 {111}면으로 둘러싸인 역피라미드가 된다. 마스크 모양이 어떻든 오래 식각하면 구멍은 그 모양을 감싸는 가장 작은 <110> 방향 직사각형으로 커진다.

이제 문제의 광섬유로 돌아갑시다. V홈의 꼭짓점 반각은 \(90° - 54.74° = 35.26°\)이고 \(\sin 35.26° = 1/\sqrt3\)입니다. 반지름 \(\rho\)인 광섬유가 두 벽에 닿으면 중심은 꼭짓점에서 \(\rho/\sin35.26° = \sqrt3\,\rho\) 위에 있습니다. 광섬유 중심을 정확히 웨이퍼 표면 높이에 두고 싶다면

$$\frac{W}{\sqrt2} = \sqrt3\,\rho \ \Rightarrow\ W = \sqrt6\,\rho = 2.449 \times 62.5\ \mu\text{m} \approx 153.1\ \mu\text{m}$$
지름 125 µm 단일 모드 광섬유 기준. 마스크 폭을 1 µm 잘못 그리면 중심 높이는 \(1/\sqrt2 \approx 0.71\) µm 변한다. 실제 설계에서는 마스크 아래로 파고드는 언더컷(아래 시뮬레이터)과 정렬 오차를 보정한다.
SIMULATOR

KOH 이방성 식각 단면

웨이퍼
깊이—
바닥 폭—
언더컷—
광섬유 중심 높이—
해볼 것: ① W = 153 µm로 두고 시간을 늘리면 V홈이 완성된 뒤 깊이가 거의 늘지 않는다(자기 정지). 광섬유 중심이 표면 높이(0 µm) 근처에 놓인다. ② 선택비를 10으로 낮추면 언더컷이 커지고 V홈이 넓어진다. ③ (110) 웨이퍼로 바꾸면 수직 {111} 벽 사이로 깊고 좁은 도랑이 파인다. 모델: R(100) = 1 µm/min, (110) 웨이퍼 바닥 R(110) = 1.5 µm/min로 가정(30% 안팎 KOH, 약 80 °C에서 흔한 크기). {111} 벽은 자기 법선 방향으로 R(111) = R(100)/선택비로 후퇴. 마스크는 식각되지 않고, 볼록 모서리 언더컷과 (110)의 비스듬한 끝벽은 무시한 2차원 단면.

같은 원리로 (100) 웨이퍼를 마스크 없이 KOH에 담그면 표면 전체에 수 µm 크기의 작은 {111} 피라미드가 무작위로 솟아납니다.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빛 반사를 줄이려고 쓰는 표면 텍스처링입니다. 압력 센서는 웨이퍼 뒷면에서 사각 구멍을 깊게 파서 앞면에 얇은 막만 남기는데, 막의 크기는 뒷면 마스크 폭에서 \(2t/\tan54.74°\)만큼 줄어듭니다(t: 식각 깊이, 2t/tan54.74° = √2·t).

대칭은 법칙을 만든다

왜 에너지는 보존될까

지금까지 대칭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가"를 알려 주었습니다. 15 퍼즐의 불가능한 상태, 5회 대칭 결정, 54.74° 각도가 그랬습니다. 물리 법칙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요? 에너지 보존이나 운동량 보존 같은 법칙은 어디서 왔을까요?

1918년 에미 뇌터는 다음을 증명했습니다. 물리 법칙(정확히는 작용)이 어떤 연속적인 대칭 변환에 대해 변하지 않으면, 그 대칭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양이 하나씩 있습니다. 이것이 뇌터 정리(Noether's theorem)입니다.

대칭 (법칙이 변하지 않는 변환)보존되는 양공학에서 보이는 곳
시간 이동: 실험을 내일 해도 같다에너지회로의 에너지 수지, 열 해석
공간 이동: 실험을 옆방에서 해도 같다운동량로켓, 충돌
회전: 실험 장치를 돌려도 같다각운동량자이로스코프, 위성 자세 제어
결정 격자 이동(이산 대칭)결정 운동량 \(\hbar\mathbf{k}\) (역격자 벡터만큼의 차이는 같은 것으로 봄)밴드 구조, 블로흐 정리

마지막 줄이 반도체와 연결됩니다. 결정은 연속 이동이 아니라 격자 벡터만큼의 이동에 대해서만 대칭이고, 그 결과 전자의 상태는 파수 \(\mathbf{k}\)로 이름 붙고(블로흐 정리) 운동량 보존도 "역격자 벡터를 빼면 보존"으로 약해집니다. 또 실리콘의 입방 대칭 때문에 전도대의 가장 낮은 에너지 골짜기는 <100> 방향마다 하나씩, 정확히 6개가 똑같은 모양으로 있습니다. {100} 면족이 6개인 것과 같은 계산입니다. 실리콘에 인장 변형을 걸면 이 대칭이 깨지고 6개 골짜기가 2개와 4개로 갈라지는데, 이것이 변형 실리콘 트랜지스터에서 전자 이동도가 높아지는 원리 중 하나입니다.

군 표현과 분광 선택 규칙 분자의 진동 모드는 분자 대칭군의 표현(군의 원소를 행렬로 바꾸는 규칙)에 따라 분류된다. 적외선(IR)을 흡수하는 모드는 x, y, z처럼 변하는 모드뿐이고, 라만 산란에 나타나는 모드는 x², xy처럼 변하는 모드뿐이다. 그래서 CO₂의 대칭 신축 진동은 라만에는 보이지만 IR에는 보이지 않고, 비대칭 신축과 굽힘은 IR에 보인다. 반전 중심이 있는 분자는 IR과 라만에 동시에 나타나는 모드가 없다(상호 배제 규칙). 스펙트럼을 재기 전에 대칭만으로 어떤 봉우리가 있을 수 있는지 예측하는 셈이다. 결정의 라만 분광으로 실리콘의 응력을 재는 기술도 같은 이론 위에 있다.
공학자의 요령: 대칭을 먼저 써라 대칭이 있으면 문제를 작게 만들 수 있다. 4회 대칭 구조는 1/4만 시뮬레이션하고 경계 조건으로 대칭을 걸며(FEM·FDTD의 대칭 경계, 10장), 주기 구조는 단위 세포 하나와 블로흐 경계로 푼다. 거꾸로 결과가 입력의 대칭을 깨고 있다면 메시나 코드에 버그가 있다는 신호다.

이 도구가 쓰이는 곳

군은 "같은 것을 같다고 세는 법"입니다. 시리즈의 다른 책에서는 이렇게 다시 만납니다.

핵심 정리

  1. 대칭 = 모양을 제자리에 두는 조작. 조작을 연달아 하기를 곱셈으로 보면 대칭은 대수가 된다. 정사각형의 대칭은 8개(\(D_4\))이고 \(rs \ne sr\)인 비가환군이다.
  2. 군의 공리는 닫힘·결합·항등·역원. 역원이 있으니 곱셈표의 각 행과 열에 모든 원소가 한 번씩 나온다. 궤도–안정자 공식 \(|G| = |\text{궤도}|\cdot|\text{안정자}|\)로 대칭을 센다.
  3. 불변량은 불가능을 증명한다. 15 퍼즐의 \(\operatorname{sgn}\sigma\cdot(-1)^d\)는 밀기로 변하지 않으므로 14–15 상태는 풀 수 없다. 큐브의 상태 수 \(4.3\times10^{19}\)도 불변량 세 개로 1/12이 된 값이다.
  4. 교환자 \(ABA^{-1}B^{-1}\)는 A와 B가 겹치는 곳만 조금 바꾼다. 비가환성의 크기를 재는 도구다.
  5. 평면 반복 무늬의 대칭은 17종, 3차원 결정은 230종. 격자와 공존하는 회전은 \(2\cos\theta\in\mathbb{Z}\)에서 1·2·3·4·6회뿐이고, 5회 대칭은 격자 없는 준결정에서만 나타난다.
  6. 밀러 지수 \((hkl)\)는 절편의 역수. 두 면 사이 각은 법선의 내적으로 구하며, (100)과 (111) 사이 \(\arccos(1/\sqrt3) = 54.74°\)가 KOH V홈 벽의 각도다. V홈 깊이는 \(W/\sqrt2\).
  7. 뇌터 정리: 연속 대칭마다 보존량이 있다(시간 → 에너지, 공간 → 운동량, 회전 → 각운동량). 군의 표현은 분광 선택 규칙과 밴드 구조를 정한다.

확인 퀴즈

정삼각형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대칭 조작(회전과 뒤집기)은 모두 몇 개인가?

회전 3개(0°, 120°, 240°)와 꼭짓점을 지나는 거울 3개, 합쳐서 \(D_3\)의 6개다. 궤도–안정자로 세면 꼭짓점 하나가 갈 수 있는 곳 3 × 그 꼭짓점을 고정하는 조작 2(항등, 그 꼭짓점을 지나는 거울) = 6.

정사각형에서 "r(90° 회전) 다음 s(세로축 뒤집기)"와 "s 다음 r"의 관계로 옳은 것은?

행렬식을 보면 회전은 +1, 뒤집기는 −1이라 둘 다 −1, 즉 뒤집기다. 그러나 \(SR\)과 \(RS\)는 서로 다른 대각선(↗, ↖) 반사다. \(D_4\)는 비가환군이다.

15 퍼즐에서 14와 15만 바뀐 상태를 밀기만으로 풀 수 없는 이유는?

\(I = \operatorname{sgn}\sigma\cdot(-1)^d\)는 이동마다 보존된다. 완성 상태는 \(I=+1\), 14–15 상태는 호환 하나에 빈칸 제자리라 \(I=-1\)이다. 불변량이 다르면 그 사이에 길은 없다.

주기적인 결정(격자가 있는 구조)이 가질 수 없는 회전 대칭은?

격자 기저로 쓴 회전 행렬은 정수 행렬이라 대각합 \(2\cos(2\pi/n)\)이 정수여야 한다. \(n=5\)이면 \(2\cos72° \approx 0.618\)이라 불가능하다. 5회 대칭 회절 무늬를 보이는 준결정은 주기적 격자가 없다.

(100) 실리콘 웨이퍼에 <110> 방향으로 맞춘 폭 100 µm의 띠 모양 구멍을 KOH로 충분히 식각했다. 언더컷을 무시하면 V홈의 깊이는?

벽은 {111}면이고 표면과 \(\arccos(1/\sqrt3) = 54.74°\)를 이룬다. \(\tan 54.74° = \sqrt2\)이므로 깊이 \(= (W/2)\sqrt2 = W/\sqrt2 \approx 70.7\) µm에서 두 벽이 만나 식각이 거의 멈춘다.

뇌터 정리에 따르면 "물리 법칙이 시간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시간 이동 대칭)는 사실에서 나오는 보존량은?

시간 이동 → 에너지, 공간 이동 → 운동량, 회전 → 각운동량. (전하 보존은 전자기학의 게이지 대칭과 연결되는데, 이는 시공간 대칭이 아니다.)